미세 먼지가 양호한 날에도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먼지를 많이 마신 것처럼 목이 칼칼하고 목이 잠긴다. 사무실 공기는 유독 안 좋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유는 컴퓨터가 내뿜는 공기오염물질 때문이다.
1.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연구팀의 연구
새집증후군이 밝혀지기전에는 왜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온 가족이 아프게 되는지 의견이 구구했다. 터가 안 좋아서라는 등 이사 날짜를 잘못 맞췄다는 등 억측까지 난무했다.
새집증후군이 실재하고 그 원인이 밝혀진 것처럼 컴퓨터가 내뿜는 공기오염물질도 실제로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연구팀이 밝혀냈다.
https://news.unist.ac.kr/kor/tag/다환방향족탄화수소/
컴퓨터에서도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처럼 대기오염물질이 나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 연구 결과는 건축공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건축과 환경’ 2022년 6월호에 실렸다.
2. 실내공간의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농도
연구팀은 새집증후군을 연구중에 전산실의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 농도가 다른 실내 공간보다 최대 4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분석에 들어갔다.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의 다환은 많을 다, 고리 환으로 여러 (벤젠, 벤졸) 고리의 뜻이다. 방향족은 냄새나는 물질을 뜻하고 벤젠 고리를 포함하는 화합물이나 그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물질을 총칭한다.
벤젠은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콜타르(Coal tar)를 증류하고 정제해서 만든다. 6개의 탄소원자가 동일 평면에 있는 평면 정육각형의 고리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발암물질이다.
콜타르는 석탄이나 코크스(= coke, 골탄, 해탄) 등을 가열할 때 증류되어 나오는 물질이다. 타르는 색이 검고 기름 상태이며 끈적끈적한 성질이 있다. 콜타르는 함석· 철재의 방부제로 쓰인다. 석유를 증류해도 타르가 나온다.
방향족 물질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안정성이 높아서 쉽게 서로 파이 결합을 통해 화합물을 형성한다. 벤젠고리가 없는 그외 탄화수소들은 지방족 화합물이라고 부른다.
파이 결합(pi bond)은 분자 안에서 서로 이웃하고 있는 원자 각각의 전자 궤도의 충첩에 의한 화학결합이다. x축이나 y축을 중심으로 놓여있어 양 원자핵을 연결한 z축 위의 전자 밀도가 0인 결합이다.
PAHs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벤젠고리를 두개 이상 가지고 있다. 석유, 석탄, 나무 등을 태울 때 부산물로 발생한다. 특히 석유, 석유화학제품에 다량으로 들어 있다. 100종 이상의 PAHs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단일 화합물이 아닌 혼합물로 존재한다.
연구팀은 실내 공기와 컴퓨터 내부 공기를 채휘해서 PAHs 농도를 분석했다. 실내공간이 좁고 컴퓨터가 많을수록 PAHs 농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외에 모든 컴퓨터 부품에서도 PAHs가 검출되었다. 연구팀은 회로기판, 전선피복 등의 부품들을 밀폐용기에 담아 60도로 가열하는 실험을 해봤다. 가열시간이 길수록 PAHs 농도가 높아졌다.
입주초기 새 아파트와 새 주택에는 시멘트의 라돈(방사능), 합판과 단열재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1급 발암물질) 등의 냄새가 특히 많이 난다.
3. 연구의 의의와 실내공기 오염물질 해결책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 등의 기기는 물론 전자 제품에서 PAHs가 검출됐다는 해외 사례 보고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주의를 끌지 못했다.
이번 울산과학기술원의 연구는 설마 실내에서 전자제품, 특히 컴퓨터에서 해로운 게 나오겠냐는 기존 통념을 깼다. 알고 보니 실내에서 PAHs가 검출되고 인체가 이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를 증명했다는데 일단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 문제를 알아챘으니 해결하면 된다. 집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사용시간이 긴 공간의 경우 환기를 자주 시키고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 한결 완화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게 좋다. 밤새 전원이 켜진 냉장고, tv, 프린터 등 전자제품에서 공기오염물질이 나와 집안에 고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등 전자 제품에 관계된 디자이너, 개발자와 생산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기오염물질이 덜 나오는 소재로 만들 책임이 따른다. 이들이 사람들의 기본 건강을 보조하는 영웅이다.
이글은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한 글이 아닌 컴퓨터에서 나오는 공기오염물질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다. 이번에 연구팀이 전자제품에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라는 공기오염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확실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