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가 자기장 없이 전자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초전도체를 구현했다. 에너지 손실없이도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는 초전도체의 특성을 살린 컴퓨터를 만들 가능성이 생겼다. 반도체를 넘어 21세기 초전도체 양자 컴퓨팅을 가능하게 할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1.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진 일방향 초전도체 구현
2022년 네덜란드가 초전도체 분야에서 또 일을 냈다. 초전도 현상을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머링 오네스가 처음 발견한지 백십일 년이 지났다.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해야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 델프트 공대가 우연히 타 연구분야에서 힌트를 얻게 되었다.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원자층 몇개 정도의 얇은 2차원 양자 물질을 연구하다 일방형 초전도체를 구현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은 나이오븀과 브롬 원자로 만든 Nb3Br8층을 더 얇게 만들수록 전도성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조셉슨 접합 소자의 부도체층으로 사용할 때 일방향 초전도체가 됨을 확인했다. 초전도체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2차원 양자물질 연구에서 초전도체를 일방향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전기장이 없는 환경에서 일방향 초전도체 구현은 주목해야 하는 성과이다. 자기장 안에서 초전도체를 조절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델프트 공대는 전류의 방향을 조절하는 반도체 다이오드에 해당하는 초전도체 조셉슨 다이오드를 만들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발표되었다.
나이오븀은 원자번호 41번의 회색의 무른 성질의 전이 금속이다. 컬럼바이트 광석에서 추출한다. 특수강 등 합금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제트기나 로켓 엔진 등에 쓰인다. 영국의 화학자 찰스 해쳇이 1801년 처음 발견했다.
브롬은 주기율표 17족 원소에 속하는 할로젠 원소이다. 1825년 프랑스의 화학자 A. J. 발라르가 발견했다.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로 존재하는 비금속 원소이고 천연으로는 화합물로만 존재하고 독성이 있고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 2위 공과대학교이다.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어 전세계적으로 학생들에게 접근성이 좋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MIT가 1위이고 3위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이다.
1842년 네덜란드의 국왕 빌럼 2세가 국가와 산업에 이바지할 공학자와 무역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델프트 도시에 왕립학교로 설립했다.
2. 초전도체, 일반 도체, 반도체 성질
초전도성은 네덜란드 물리학자 Kameringh Onnes가 1911년 처음 발견했다. 초전도 현상은 임계 온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금속, 반도체 또는 유기물 등에 전기 저항이 갑자기 없어져 전류가 장애(전기저항)없이 흐르는 현상이다.
어떤 물질이 전기저항이 0이 되고 외부 자기장과 반대방향의 자기장을 형성하는 반자성(diamagnetism)을 띄게 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물체가 초전도체이다. 임계온도 이하 초저온은 섭씨 영하 240도 이하로 매우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초전도 상태가 경제적인 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온도인 액체 질소의 비등점(= 끓는점 77K)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나타남에 따라 좀 더 넓은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열렸다.
초전도 전선으로 된 고리에 흐르는 전류는 전원 공급없이도 계속 흐를 수 있다. 강자성(=자석)이나 원자 스펙트럼 준위처럼 초전도는 양자 역학적인 현상이다. 초전도는 고전 물리학의 이상적인 완전 도체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물질이 자성을 띠는 이유는 스핀과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내의 전자의 운동 때문이다. 강자성체는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그 자기장의 방향으로 강하게 자화된 뒤 외부 자기장이 사라져도 자화가 남아있는 물질로 철, 코발트, 니켈 등이 있다.
초전도 상태에서 전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영구적으로 흐르며,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는 성질을 띄게 된다. 현재 이미 초고속 자기 부상 열차나 MRI 촬영 등에 쓰인다.
이같은 성질을 가진 초전도체를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적용하면 어떨까. 전자가 지금 보다 수백 배 빠르게 이동이 가능해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됨은 물론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네덜란드 연구개발위원회(NWO)는 일반 반도체 대신 초전도체를 쓰면 서구 세계의 에너지 소비가 10%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제까지 초전도체에서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음전하를 띄는 전자와 양전하를 띄는 양공이 생겨 전자가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반면 초전초체는 일반 전도체처럼 이런 불균형 없이 전류가 양방향으로 흐른다.
마찬가지로 초전도체 사이에 앏은 부도체를 끼워 넣어도 두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조셉슨 접합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전류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이를 이번에 델프트 공대가 바꾸었다.
참고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나이오븀-주석 합금의 초전도 전자석을 적용한다. 초전도 전자석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물질은 나이오븀-타이타늄(NbTi)합금이다. 타이타늄= 티타늄.
구리와 주석, 알루미늄과 같이 한 가지 원소로 된 물질에서도 초전도가 일어나고 금속 합급이나 도핑된 세라믹 물질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초전도는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순수한 강자성 금속에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3. 20세기는 반도체 시대, 21세기는 초전도체 양자 컴퓨팅 시대
현존 반도체를 초전도체 기술로 대체하면 지금의 컴퓨터보다 300배~400배 빠른 테라헤르츠급 컴퓨터도 가능하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도 수천 배 올릴 수 있다. 데이터 센터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1%나 차지한다.
일방향 초전도체는 양자 컴퓨터에 활용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자의 움직임도 제약을 받는다. 극저온 초전도체 다이오드는 저온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기술의 장벽에 맞서서 각개전투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우회적으로 방법이 고안되는 경우를 보니 편견과 선입관이 또 이렇게 깨져서 반갑고 기쁘다.
아직은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없다. 그래서 우선 과제는 극저온 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개발이다. 그래서 델프트 연구진은 액화질소로 냉각할 수 있는 77K(=섭씨 영하 196도)수준에서 조셉슨 다이오드가 작동하게 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에 수백만 개 수준의 조셉슨 다이오드를 구현하는 대량 생산기술에도 도전한다.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원자층 몇개 정도의 얇은 2차원 양자 물질을 연구하다 일방형 초전도체를 구현하는 성과를 냈다. 초전도체 상태에서는 전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영구적으로 흐르며, 외부 자기장을 밀어낸다. 일방향 극저온 초전도체 다이오드는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를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