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다. ‘인류 최후의 보루’ 또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스발바르 종자저장고는 미국 농업박사 캐리 파울러가 종자 획일화 문제와 기후변화가 불러온 식량 위기와 생태계 위기를 염두하고 시작했다
1. 미국의 농업학자 캐리 파울러가 세계종자보관 프로젝트 제안
몬산토는 GMO종자 업체
미국의 몬산토 회사는 GMO종자를 파는 배타적인 영리기업이다. 이와 다르게 세계종자보관 프로젝트는 미국의 농업학자 캐리 파울러 한 사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 구 몬산토 = 현 바이엘. 제초제 안에 포함돼 있는 화학성분 ‘글리포세이트’가 2015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발암성 물질로 분류되어 미국에서 최소 12만5천 건에 달하는 줄소송을 당해 1년 넘게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글리포세이트가 여전히 제초제에 쓰이고 있고, 이 제초제에 저항성이 있도록 인위적으로 유전자가 조작돼 만들어진 농작물 즉 GMO는 한국이 전 세계 수입 1위이다.
각국의 씨앗이 처한 현실 인지
캐리 파울러는 세계 작물다양성 재단 대표를 역임하며 전 세계의 종자 은행을 방문하면서 씨앗들이 처한 사실에 직면했다. 내전과 태풍으로 혹은 냉각장치 고장으로 씨앗 수백 점이 해를 입었다.
해결책
씨앗 수집가들이 오지를 돌며 힘들게 구한 귀한 씨앗들이 이렇게 쉽게 사라지는 문제점은 중복 표본을 다른 안전한 곳에 보관하면 해결될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에 제안
그는 북유럽에서 힌트를 얻었다. 노르웨이의 종자은행에서 이미 스발바르의 외진 탄광에 일부 종자 표본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는 관리•유지에 전기가 필요없고 정전 걱정없는 천연 냉장고이다.
그는 노르웨이 정부에 탄광을 씨앗보관소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정부측이 씨앗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에 수긍했다.
2. 프로젝트의 구체화
노르웨이 의회와 탄광 노동자 협의
안건의 점검과 승인이 필요해서 회의가 열렸다. 노르웨이 정부와 탄광노동자 대표가 회의에 참석했다. 경험많은 노련한 광부가 말하길
“탄광은 위험하고, 붕괴도 일어나요. 그러니 탄층에서 떨어진 바위에 터널을 뚫어서 영구히 버텨줄 구조물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이에 관계자들도 흥쾌히 응했다.
시공과 열악한 현장
2008년 2월 공사를 시작했다. 시공현장은 열악했다. 북극 강추위 속에서 발파 중에 돌조각이 튀었다. 그럼에도 관계자와 현장 인부들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했다.
광산이 있는 산 위에 130m 터널을 뚫고 지었으며 내진설계가 돼 있다. 온도는 항상 영하 18℃로 유지된다.
재원
스발바르 저장고는 농업학자 한 사람의 제안으로 유엔 산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출연한 2억 달러(약 2천400억원)의 재원이 바탕이 되었다.
3. 스발바르 세계 종자보관소
현황
기후 위기와 핵전쟁, 테러, 질병 등으로부터 지구의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은 전 세계 1천750개의 종자은행에서 보관중인 고유 품종의 중복 표본을 위탁받아 보관한다.
지난해 기준 100만 종 이상, 5억개가량의 종자 샘플이 보관돼 있다. 우리나라도 44종, 2만3천185개의 토종 종자를 위탁했다. 북한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의탁한 씨앗 백만종이 보관되어 있다.
밀과 쌀이 각각 15만 4,000종, 보리 7만 5,000여 종이 저장되어 있다. 보관할 종자를 얼린다. 이렇게 해야 종자의 생물학적 진행과정을 늦추고 종자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게 종자와 종자에 담긴 유전적 다양성을 식물 육종에 필요해질 때까지 보존할 수 있다. 저장고 입구에는 녹색조명이 평온하게 빛난다. 조명 제작자는 이 조명에 ‘영속적 파급’이라는 의미깊고 멋진 이름을 붙였다.
왜 굳이 영구동토 스발바르
영구동토가 여러 곳인데 왜 스발바르인가.
첫째, 스발바르의 영구동토는 천연 냉동고가 되어주는데, 이는 장기 보존의 핵심 요건에 부합한다.
둘째, 1920년에 파리에서 맺은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어떤 군사행동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춥고 외진 다른 산지와 다르게 정세가 안정되어 있다.
세 번째, 산으로 둘러싸인 구조는 보안을 강화하고 훌륭한 단열 장치가 되어주며,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안정돼 있다.
미래 식량확보의 중요성과 종자보관 그에 관한 책
오늘날 우리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35만 종 이상의 식물 가운데 극히 일부에서만 식량을 얻고 있어서 현대 품종들은 유전자 기반이 점점 더 좁아지고 이에 따라 식물전염병이 생기면 다 연쇄적으로 몰살하는 취약점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캐리 파울러는 종자저장고를 짓고 종자에 관한 책을 펴냈다. 책은 생물 다양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류 모두가 양질의 음식을 풍성하게 누리는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여러 사람의 구체적인 노력
파울러가 얼어붙은 산속 탄광에 씨앗을 보관하는 방을 짓는다는 발상은 공상과학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현실화 되었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스스로 나선 사람들의 열정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장고 부지로 영구동토층(2년 이상 평균 온도가 0도 이하인 땅)에 터널뜷기를 제안한 스발바르의 탄광 노동자, 건설 비용 900만 달러 전액을 부담한 노르웨이 정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건설 현장의 노르웨이 청년의 노고를 전한다.
스발바르 주민들의 자긍심과 자발적 행동
스발바르의 주 거주지인 롱위에아르뷔엔에는 2천200명이 산다. 세계 최북단 병원과 유치원, 선술집 등이 있는 이 공동체는 북극에 대한 사랑으로 움직인다.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는 상주 직원이 없이 원격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저장고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알려주는 역할은 스발바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캐리 파울러는 종자 획일화와 기후변화가 불러온 식량 위기와 생태계 위기 앞에서 종자는 농업의 토대이자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설파한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핵·전쟁 등으로 인한 식물의 멸종에 대비해 인류의 미래 먹거리와 작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씨앗 방주’ 스발바르 종자저장소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