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와 난방 등 스스로 생활 기술의 주체가 되는 친환경 적정 기술이 있다. 함승호는 적정기술 공방을 운영한다. 돈 버는데 몰두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생활방식을 바꿀 결심을 했고 밥굶지 않는 시대에 건강은 집에서 시작됨을 깨달아 스스로 집수리 기술과 난방 기술을 익혀나갔다.
1. 함승호님의 DIY 적정기술
함승호 님은 사십대 초반까지는 제조업과 유통업으로 돈버는 일에 열중했다. 통장잔고를 확인하며 행복을 헤아렸다. 그러다 뇌종증으로 쓰러져 일년 반 넘게 재활 치료를 받으며 생활방식을 바꿀 결심을 했다.
밥굶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시작은 집이었다. 흙, 나무, 볏짚 등으로 지은 생태 주택이라면 건강한 삶이 가능할 듯해서다. 집수리, 난방 등 여러 생활 기술에도 더 친환경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그렇게 적정기술과 만났다.
적정 기술이란 비용과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접근성을 높인 대안기술이다. 전구를 직접 갈아 끼우는 일에도 접목할 수 있다.
함승호님은 외국의 사례를 찾아 건축을 공부하고 시공현장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외국에서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집을 짓는 걸 보고 이럴 수도 있구나 깨닫았다.
이는 머리가 환해지는 생각의 전환이었다. 그렇게 알게된 그 기술들을 한국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함승호님에 의하면 무조건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이 아니었다.
건강한 집은 결국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집을 새로 짓는 데에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재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되 꼭 수리해야 할 부분에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
그는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 카페에 올려 공유한다. 여러 회원이 그 자료를 유용하게 썼다. 그 역시 카페에서 질문하고 정보를 얻었다. 모두 대가 없는 나눔이었다.
외국어로 된 자료를 구해서 공부하려는데 러시아어를 몰라서 도움을 구했다. 그랬더니 누군가가 알음알음으로 수소문을 해서 번역본을 보내 줬다.
외국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아 한국에 적용할 방법을 찾을 때 혼자였다면 못했을 일이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준 사람들 덕분에 이루어졌다. 다양한 분이 모여 발전을 거듭했다.
함승호님은 이 활동을 통해 자립을 배웠다. 그에게 자립이란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늘면 오롯이 삶을 꾸릴 수 있다. 그는 결국 기술의 주체되기가 삶의 질과 태도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는 워크숍을 연다.
집수리가 필요한 이웃이 집을 제공하면 여럿이 함께 기술을 시도하고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방안을 시험했다. 내집을 손수 수리하고 싶은 이, 조선소 베테랑 용접기술자, 공학 교수등이 모인다. 이렇게 모여 축열식 벽난로를 귀농인에게 보급하고 연료를 기존의 1/6만 쓰는 난방기술을 개발했다.
놀이의 주체인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생태놀이터도 그의 자립 적정기술이 적용되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적정기술로 종이 벽돌을 있다. 구청이나 관공서에서 파쇄한 종이를 모아 물에 푼 후에 풀을 부어 벽돌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종이벽돌은 단열에 효과적이다. 어떻게 하면 화석연료를 덜 쓰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하면 주변에 소재가 많이 보인단다. 변화된 생활을 그려보고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웃으며 얘기하신다.
함승호님은 공방을 유지하고 생활하는 비용은 주로 시공 일로 충당한다. 그의 일정 중 80%이상이 워크숍인 이유는 본인에게 이윤이 적어도 삶을 바꾼다는 생각 때문이다.
돈을 내고 시장으로부터 단순히 서비스와 물건을 제공받던 사람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무한한 뿌듯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공방에 배우러 와서도 과연 자기 손으로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일단 엄두를 내야 한다. 저마다 배우는 속도는 다르지만 결국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함승호님의 목표는 적정 기술을 집수리 뿐 아니라 생활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믿는다. 개인의 삶이 바뀌면 공동체도 변한다고. 화석연료가 적게 드는 집을 지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연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환경의 일부다. 공동체와 생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의 자리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적정기술은 그의 삶을 바꾸었다. 함승호님은 이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삶을 꾸리고 스스로 존재한다고 느낄 때 그리고 그것을 나눌 때 행복하다
2. 적정기술의 시작은 영국 에른스트 슈마허
적정기술 Appropreate technology = AT는 1966년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소규모 기술 개발을 위한 중간기술 개발그룹인 ITDG( 현재 Practical Action )를 영국에 설립한 것이 그 시초이다.
슈마허는 첨단기술이 없이도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사람들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인도인 마하트마 간디의 영향을 받았다. 적정기술의 목표는 복잡한 문제없이, 현란한 것 없이, 환경파괴 없이 저개발 국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적정기술 발명품들은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을 덜 소모하며 저렴하거나 어디서든 쉽게 확보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리고 기술이 사용될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관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이다. 팽창주의적 서구주의 사상에 반기를 든 ‘경제학서’이다.
돈은 필요재이다. 그러나 돈만을 좇다보면 건강을 잃기 쉽다. 불과 백년 전만 해도 유럽인의 90%이상이 굶주렸다. 세끼 먹게 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사회보장제도로 어떻게든 먹고는 살 수 있으니 공동체의 환경을 보호하고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적정기술이 눈에 들어오는 시대이다. 함승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 스스로 기술의 주체가 되는 DIY 적정기술을 알게 되어 적정기술 공방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