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째 꿀벌 개체수 급감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전 세계 작물의 75%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꿀벌 멸종위기에 따라 인류 식량안보에 위기를 느낀 미국 농무부가 2023년 1월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꿀벌용 백신사용을 조건부 허가했다.
꿀벌백신은 2018년 핀란드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개발과 실제 허가는 다르다. 실제 적용하려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023년 1월 미국에서 세계최초로 허가한 꿀벌 백신은 미국기업 ‘달란 애니멀 헬스’가 개발한 꿀벌 백신이다.
꿀벌 집단 실종사건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 작물의 수분을 책임지는 꿀벌의 실종은 인간의 식량뿐 아니라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지표생물인 벌이 실종되면 식물이 줄어들고 벌을 먹는 새도 사라지고 물고기가 급감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꿀벌은 꽃의 암술과 수술 사이를 오가며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벼에도 벼꽃이 피고 낟알이 되려면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몬드, 자몽, 아보카도, 오이, 완두콩 등도 반드시 꿀벌의 수분이 필요하다. 꿀벌이 없으면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수분을 도와야 한다.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진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해 142만 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 미국에서 꿀벌 집단이 갑자기 실종되는 군집붕괴현상이 처음 보고된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2010년대 들어 이미 꿀벌의 30~40%가 사라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낭충봉아 부패병으로 토종벌 65%가 죽었다. 그리고 2022년 3월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져서 벌통을 살펴보니 응애류가 대거 늘어났다. 2023년 2월에도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2021년 9월~10월에 발생한 저온현상과 응애를 막기위해 해충제를 뿌린 점도 꿀벌 폐사에 영향을 끼쳤다. 2021년 11월~12월의 이상고온으로 꽃이 개화한 적도 있다. 이때 꿀벌이 화분채집을 나섰다가 더위에 체력이 소진되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도중에 죽었다.
꿀벌은 바이러스와 곰팜이 등 다양한 미생물의 공격을 받고 농약의 영향을 받으면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응애류와 같은 해충, 농약, 곰팡이, 새로운 병원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벼꽃도 꿀벌의 식량이다. 벼꽃 개화기에 드론으로 농약살포를 손쉽게 대단위로 함에 따라 꿀벌의 폐사를 부추겼다.
부저병 예방하는 꿀벌 백신 프라임비 2018년 첫 개발
꿀벌을 살리기 위해 영국은 정보기술 IT를 양봉에 적용하는 월드비 프로젝트를 시행해 전 세계 5만 개의 지능형 벌통을 구축하고 오라클과 협력해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으로 벌집의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몸집이 큰 동물과 달리 벌 등의 곤충의 체내에서는 백신개발에 필수적인 항체(당단백질)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백신을 개발해 곤충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방법이 나왔다. 꿀벌 백신은 2018년 12월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했다. 이 꿀벌용 백신 ‘프라임비(PrimeBee)’는 심각한 세균 질환에 대한 벌의 면역력을 높인다.
헬싱키대 연구진은 2014년 특정 박테리아를 먹은 나방이 면역력이 있는 알을 낳는 점에 착안했다. 여왕벌이 병원균이 들어간 먹이를 먹으면, 병원균이 내뿜는 핵심 분자가 여왕벌의 난황단백질인 비텔로제닌(vitellogenin)과 결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비텔로제닌을 항체로 이용해 꿀벌에게 치명적 병인 ‘미국 부저병’을 예방할 백신물질을 만들었다. 이 백신을 넣은 먹이를 여왕벌에 먹이면 새로 태어나는 군집 전체가 백신의 효과를 전달받는다.
연구진은 프라임비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그라츠대로 자리를 옮겨 백신 연구를 이어갔다. 그라츠대는 꿀벌들이 춤을 통해 서로 간에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처음 밝혀 노벨의학상을 받은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일했던 곳이다.
프라이탁 교수는 꿀벌백신 프라임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더 연구해야 함을 밝히고 관련 절차에 따라 이 백신을 실제 생태계에 도입하려면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실제로 5년 후인 2023년 미국에서 꿀벌용 백신을 승인했다.
프라이탁 교수 연구팀은 벌을 구하는 것은 식량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꼭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면서 유럽 부저병이나 곰팡이 질환 등 꿀벌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의 백신들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곤충백신회사 설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2022년 미국 농무부 최계최초 꿀벌백신 사용 허가
꿀벌 유충들이 미국형 꿀벌 전염병인 부저병에 감염되면 전체 꿀벌 군락이 손실을 입는다. 미국에는 부저병에 노출된 벌집이 4분의 1이나 되는 지역도 있다.
부저병(Foul brood, 썩을 부, 구더기 저)은 꿀벌의 유충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꿀벌 애벌레가 벌집 안에서 썩는 병이다. 꿀벌의 성장 단계 중 전기 번데기 단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미국 농무부가 조건부 사용을 승인한 꿀벌 백신은 미국 생명공학기업 ‘달란 애니멀 헬스(Dalan Animal Health)’가 개발했다. 백신은 여왕벌이 먹는 로열젤리에 섞어 넣고 이를 여왕벌이 먹으면 난소에 백신 성분이 저장된다.
이어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면역력을 갖게 되어 부저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든다. 이 백신은 제조법에서 유전자 변형을 시키지 않아 유기농 양봉장에도 적합하다.
꿀벌 백신회사의 여성 최고경영자 아네트 클라이저(Annette Klaiser)는 꿀벌보호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 차원에서 식량 생산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npr, dalananimalhealth, 동아사이언스)
꿀벌 개체수 감소현상이 몇년째 목격되고 있다. 이는 식량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개체 감소의 여러 원인 중에 부저병을 막기 위해 꿀벌 백신이 개발되었다.
벌의 유충이 죽는 병은 양봉가에 치명적이다. 이를 막는 백신이 개발되었고 생태계와 식량생산에 끼치는 영향력을 재고해서 2023년 1월 미국에서 최초로 조건부 승인 했다.